책 이야기

읽는 기쁨

ladysunrise 2024. 9. 1. 16:02

제가 좋아하는 책은 소설이나 시, 에세이처럼 거짓말을 통해 진실을 얘기하는 스토리텔링을 기본으로깔고 있는 글들입니다.

세상에 치이고 사람이 싫어 눈물이 날 것 같던 날, 오랜 친구처럼 찾아와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황정은의 [일기], 얀 마텔의 [포르투갈의 높은 산],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책들이 있다.

유머 중에 가장 좋은 유머이자 아무도 해치지 않는 자기 비하 유머 즉 자조적인 유머로 인생을 견디게 하는 힘을 주는 정지아의 [문학박사 정지아의 집], 니노미야 토모코의 [음주가무연구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깨끗하고 밝은 곳] 이라는 책들이 있다. 이들은 너무 웃기는데 살짝 눈물도 나는, 소설가의 위악으로 빚어낸 찰진 유머가 인상 깊다.

너무 재밌어서 페이지 줄어드는 게 아까운 김탁환의 [노서아 가비], 김언수의 [뜨거운 피], 스티븐 킹의 [빌리 서머스 1,2] 라는 책들이 있는데 밤에 읽으면 무조건 밤을 새게 된다.

나는 책에 금서니 필독서니 하는 라벨을 붙이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고 생각한다. 멀쩡한 책도 시험에 나온다고 하면 읽기 싫어지는 법인데 필독서라는 이름이 붙으면 얼마나 매력이 떨어지겠는가. SF 작가 레이 브레드버리는 아이들에게 특정 서적에 대한 끝없는 증오를 심어주고 싶다면 그 책을 필독서에 배정하기만 하면 된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가방에 책 한 권 넣고 다니는 사람은 예사롭지 않다. 시시각각 변하는 모바일 정보가 아닌 서사를 넣고 다니기 때문이다. 작은 책은 작은 우주와 맞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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