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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멜로디...조해진

태엽이 멈추면 빛과 멜로디가 사라지고 눈도 그치겠죠.그녀는 빛이 피사체를 감싸는 순간의 온기가 좋아 사진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도 했다.카메라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며 빛을 좇던 그런 친구가 있었다.어느 날 손에 들어온 카메라로 나는 다시 세상과 연결되었어요.몇 장의 사진을 찍고 나는 바로 알 수 있었어. 세상이 카메라로 들어오는 그 순간을 내가 평생 사랑하게 되리란 것을.굳이 분쟁 지역의 사람들을 찍는 이유를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하기도 했다. 사람을 살리는 사진을 찍고 싶으니까요. 죽음만을 생각하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잊히지 않게 하는 사진을 찍는 거, 그게 내가 사는 이유에요.사람을 살리는 일이야말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이라고 나는 믿어요.숱하게 찍어온 사진들이 과연..

책 이야기 2025.07.14

고전이 답했다

고전은 세상과 싸울 어떤 무기보다 단단한 갑옷이 된다. 은유와 상징, 비유와 압축을 통해 읽는 사람이 스스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석하게 만든다. 고전은 느리지만 정확하다. 오로지 성장이라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나아간다. 고전을 읽을수록 결핍이 커진다. 당신의 그릇이 커지기 때문이다. 고전 읽기는 세월을 역행하는 것이다. 심지어 시간을 지배할 수 있다. 수천 년의 지혜가 고스란히 압축된 고전은 수십 년 동안 경험을 통해 알 수밖에 없는 지혜를 한 권의 책으로 알려준다. AI는 AI대로 이용하고, 우리는 더욱 깊은 사유를 통해 인간이 나아갈 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AI가 인간을 넘을 수 없는 이유는 땀을 흘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만이 사유와 땀을 통해 깊어집니다. 앞으로 펼쳐질 시대에 가장 필요한..

책 이야기 2024.12.03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마음속에 아름다운 어떤 것을 품고 다녀 그 아름다움이 우리 삶을 구원하도록 하자.​나의 작은 자아인 생각과 선입견을 부수고 더 깊어지고 더 넒어지기 위해 여행을 하자.두려움에 맞서 불가능한 사랑에 빠지고 준비하지 않았던 일을 경험하자.​예민함을 특별한 재능, 신의 축복으로 받아들여 세상을 더 심층적으로 보자.​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나를 정의하자. 상대로 하여금 자신이 환영받는다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준다고, 지지받는다고 느끼게 하자. ​나의 세계를 넓혀 줄 사람을 가급적 많이 만나자.내 삶과 더불어 다른 사람의 삶까지 꽃 피어나도록 하자. 다른 존재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서로에 대해 조금 더 참고 친절하게 대하자.​미숙하고 불안정한 내 영혼의 음에 힘과 마법이 깃들게 하는 나의 음을 이해..

책 이야기 2024.12.02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어떤 멋진 아이를 보면 그의 부모님 특히 엄마가 몹시 궁금해진다. 이 글은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한 어느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고 결국엔 그 엄마를 다정하게 관찰하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은 새처럼 연약해 보이는 내 아이에게 기꺼이 상처받으며 성장할 기회를 주고자 불안함과 싸우는 용감한 엄마들에게 바치는 책으로 저자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 아이가 외로울까 속상할까 아플가 힘들까 전전긍긍하느라 너무 깊은 생각에 빠지거나, 아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제거하기 위해 너무 큰 에너지를 쓰지 말기로 해요. 아이가 어른이 되기를 원한다면 엄마는 눈을 감아야 한다.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다정한 관찰자란,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

책 이야기 2024.09.02

읽는 기쁨

제가 좋아하는 책은 소설이나 시, 에세이처럼 거짓말을 통해 진실을 얘기하는 스토리텔링을 기본으로깔고 있는 글들입니다. 세상에 치이고 사람이 싫어 눈물이 날 것 같던 날, 오랜 친구처럼 찾아와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황정은의 [일기], 얀 마텔의 [포르투갈의 높은 산], 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책들이 있다. 유머 중에 가장 좋은 유머이자 아무도 해치지 않는 자기 비하 유머 즉 자조적인 유머로 인생을 견디게 하는 힘을 주는 정지아의 [문학박사 정지아의 집], 니노미야 토모코의 [음주가무연구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깨끗하고 밝은 곳] 이라는 책들이 있다. 이들은 너무 웃기는데 살짝 눈물도 나는, 소설가의 위악으로 빚어낸 찰진 유머가 인상 깊다. 너무 재밌어서 페이지 ..

책 이야기 2024.09.01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조지프 콘래드는 글을 쓸 때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하루는 그의 아내가 점심 식사를 차려 주면서 "오전 내내 무슨 글을 썼어요?" 라고 묻자 콘래드는 "쉼표를 하나 뺐어"라고 대답했다. 저녁때가 되어서 다시 식탁 앞에 앉은 그에게 아내가 물었다. "글은 잘 써져요?" 콘래드는 대답했다. "아까 뺀 쉼표를 다시 넣었어." #살짝_웃기는_글이_잘_쓴_글입니다 #편성준

책 이야기 2024.07.22

사건파일 명화스캔들

카라바조의 나르키소스 나르키소스는 단지 신화속 인물일까? 오늘날은 외모 지상주의라는 말이 생길 만큼 겉모습을 강조하는 시대로 SNS를 보면 우리 시대의 에코 혹은 나르키소스가 있다. 스스로에게 감탄하기 바쁜 나르키소스는 수십, 수백장의 사진을 찍어 올리는 일에 열중한다. 반면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을 잃고 다른 사람의 모습에 빠져서 쫓아다니기 바쁜 에코 같은 사람들도 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지금 스스로는 어떤 모습인지 차분하게 비춰보자.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 에코 같은 삶을 살거나 나르키소스를 따라 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사건파일_명화스캔들 #양지열 #이론과실천 #카라바조 #나르키소스

책 이야기 2024.06.23